
한 화분을 계절에 맞게 쓰는 방법
베란다 텃밭을 시작하면 한 번 심은 작물을 가능한 오래 키우고 싶어집니다. 봄에 루꼴라를 심었다면 여름까지 계속 키우고 싶고, 여름에 바질을 심었다면 가을이 지나도 계속 수확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식물마다 좋아하는 날씨가 다릅니다. 루꼴라는 비교적 선선한 날씨에 잘 맞고, 바질은 따뜻한 날씨에서 잘 자랍니다. 그래서 한 작물을 무리해서 오래 키우기보다 계절이 바뀔 때 다음 작물로 바꿔 심는 편이 초보자에게 더 쉽습니다.
방법도 어렵지 않습니다. 봄에는 루꼴라를 키우고 잎을 수확합니다.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루꼴라에서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수확을 마무리합니다. 그다음 같은 화분의 뿌리와 줄기 조각을 정리하고 새 배양토를 보충한 뒤 바질을 심습니다.
가을이 되어 날씨가 다시 선선해지면 바질을 정리하고 루꼴라를 다시 심을 수도 있습니다.
이 방법의 장점은 화분을 계속 늘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입니다. 작은 베란다에서도 화분 하나를 계절에 맞춰 계속 활용할 수 있습니다.
봄과 가을에 잘 맞는 루꼴라
루꼴라는 잎을 먹는 채소입니다. 어린잎을 샐러드나 샌드위치에 넣어 먹기 좋고 비교적 빠르게 수확할 수 있어 베란다에서 키우기에도 잘 맞습니다.
특히 루꼴라는 선선한 날씨를 좋아합니다. 농촌진흥청도 가을 베란다에서 키우기 좋은 잎채소 가운데 하나로 루꼴라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기온이 너무 높지 않은 시기에는 물과 햇빛을 잘 관리하면 잎을 계속 수확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날씨가 더워질 때입니다.
루꼴라는 더위가 계속되면 가운데 줄기가 빠르게 길어지고 꽃대가 올라올 수 있습니다. 꽃대를 올리는 데 힘을 쓰기 시작하면 잎을 계속 따 먹기에는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때 루꼴라가 완전히 시들 때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꽃대가 빨리 올라오고 잎이 예전만큼 잘 나오지 않는다면 다음 작물로 바꿔 심을 때가 가까워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름에는 바질로 바꾸기
루꼴라가 더위에 부담을 느끼기 시작할 때는 바질을 준비하기 좋은 시기입니다.
바질은 따뜻한 날씨에서 잘 자라는 허브입니다. 여름철 햇빛과 온도를 이용해 잎을 계속 수확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여름이라고 해서 바질이 저절로 잘 자라는 것은 아닙니다. 햇빛이 너무 부족하거나 물이 계속 고여 있으면 상태가 나빠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한여름에는 작은 화분의 흙이 너무 빨리 마르기도 합니다.
따라서 바질을 심은 뒤에도 흙이 마르는 속도와 햇빛을 계속 살펴야 합니다.
농촌진흥청은 베란다 텃밭에서 햇빛이 중요한 조건이며, 창문의 방향과 층수, 앞을 가리는 건물의 유무에 따라 집마다 들어오는 햇빛의 양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즉 같은 서울의 아파트라도 남향 베란다와 북향 베란다는 조건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몇 월부터 무조건 바질을 심습니다”라고 정하기보다 실제 날씨와 베란다 상태를 같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루꼴라를 끝낼 시점 확인
처음 키우는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부분은 루꼴라를 언제 정리해야 하는지 판단하는 일입니다.
달력만 보고 정하는 것보다 식물의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쉽습니다.
| 확인할 부분 | 루꼴라를 더 키워도 좋은 상태 | 바질로 바꿔 심을 때를 생각할 상태 |
|---|---|---|
| 날씨 | 선선한 날이 이어집니다 | 따뜻하거나 더운 날이 계속됩니다 |
| 잎 | 새잎이 꾸준히 나옵니다 | 잎이 예전보다 적게 나옵니다 |
| 줄기 | 잎 중심으로 자랍니다 | 가운데 줄기가 빠르게 길어집니다 |
| 꽃대 | 잘 보이지 않습니다 |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
| 수확 | 계속 먹을 만큼 나옵니다 | 수확할 잎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
꽃대가 올라왔다고 해서 루꼴라 재배에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자연스러운 변화입니다.
다만 잎을 계속 따 먹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시점을 다음 작물로 넘어가는 신호로 이용하면 됩니다.
루꼴라를 뽑은 뒤 화분 정리
루꼴라를 다 수확했다면 같은 화분에 곧바로 바질을 심기 전에 한 번 정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루꼴라의 줄기와 뿌리를 뽑습니다. 흙 속에 남아 있는 굵은 뿌리나 줄기 조각도 눈에 보이는 만큼 걷어냅니다.
이후 흙을 손으로 가볍게 만져봅니다. 너무 딱딱하게 굳지는 않았는지 확인합니다.
물을 조금 부었을 때 화분 아래로 잘 빠지는지도 살펴봅니다. 물이 흙 위에 오래 고이거나 화분 밑으로 거의 빠지지 않는다면 흙 상태나 배수구를 확인해야 합니다.
화분에 식물을 키울 때는 물이 잘 빠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배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뿌리 주변에 물이 오래 머물 수 있습니다.
루꼴라를 뽑으면서 흙이 함께 줄었다면 새 배양토를 보충합니다. 굳은 흙도 손으로 가볍게 풀어줍니다.
이 정도만 해도 같은 화분을 다시 쓰기가 훨씬 편해집니다.
기존 흙을 전부 버리지 않아도 되는 경우
작물을 바꿀 때마다 화분의 흙을 모두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기존 루꼴라가 건강하게 자랐고 특별한 병이 없었으며 흙도 잘 굳지 않았다면 기존 흙을 다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때 줄기와 뿌리 조각을 정리하고 새 배양토를 부족한 만큼 보충하면 됩니다.
화분용 흙은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보다 잘 뭉치고 물 빠짐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래된 흙은 상태를 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미국 일리노이대 농업 안내 자료도 이전 식물이 건강했다면 화분의 흙을 다시 사용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 물 빠짐과 공기 흐름이 나빠졌다면 새 흙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설명합니다.
반대로 앞서 키운 루꼴라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심하게 시들었거나 뿌리가 썩었다면 기존 흙을 그대로 다음 작물에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중요한 것은 “몇 번까지 쓸 수 있느냐”가 아닙니다. 흙이 아직 물을 잘 흘려보내는지, 앞 작물이 건강했는지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바질을 심기 전 배수 확인
화분을 재사용할 때 놓치기 쉬운 부분이 배수구입니다.
화분 밑에 구멍이 있어도 오래된 뿌리나 흙 때문에 막혀 있을 수 있습니다. 물을 줬을 때 아래쪽으로 물이 자연스럽게 나오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받침에 물이 계속 고여 있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물을 준 뒤 받침에 많은 물이 고였다면 그대로 오래 두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배수는 바질뿐 아니라 대부분의 화분 식물에서 중요합니다. 물이 잘 빠지지 않으면 뿌리가 계속 젖은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여름에는 물을 자주 주게 되기 때문에 화분 아래쪽 상태를 한 번 확인해 두면 관리하기 편합니다.
새 배양토 보충
루꼴라를 한동안 키운 화분에서는 처음보다 흙의 양이 줄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때는 부족한 만큼 새 원예용 배양토를 보충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화분에 쓰도록 만든 배양토는 물이 빠지면서도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수분을 어느 정도 머금을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품이 많습니다.
반대로 밖에서 퍼온 흙만 화분에 가득 넣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 흙은 화분 안에서 쉽게 단단해지고 물 빠짐이 나빠질 수 있습니다. 화분에는 화분 재배용으로 판매되는 흙을 사용하는 편이 관리하기 쉽습니다.
비료도 많이 넣는다고 좋은 것은 아닙니다. 제품을 사용할 때는 포장에 적힌 사용량을 확인하고 너무 많이 넣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초보자라면 새 배양토를 보충한 뒤 바질을 심고, 식물 상태를 보면서 필요한 만큼 관리하는 방법이 가장 단순합니다.
씨앗보다 모종이 편한 경우
바질은 씨앗부터 키울 수도 있고 작은 모종을 사서 옮겨 심을 수도 있습니다.
씨앗부터 키우면 싹이 트는 모습부터 볼 수 있다는 재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처음에는 물과 햇빛을 더 세심하게 살펴야 합니다.
처음 베란다 텃밭을 시작한다면 바질 모종을 이용하는 것도 편한 방법입니다.
농촌진흥청도 베란다처럼 햇빛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는 환경에서는 집에서 씨앗부터 모종을 키우는 과정이 어려울 수 있으며, 이미 튼튼하게 자란 모종을 이용하면 관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안내합니다.
루꼴라 수확이 끝날 때쯤 바질 모종을 미리 준비해 두면 화분을 정리한 뒤 바로 이어 심을 수 있습니다.
봄에는 루꼴라 여름에는 바질
이 조합의 재미는 화분뿐 아니라 식탁에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
봄에는 루꼴라 어린잎을 조금씩 수확해 샐러드에 넣을 수 있습니다. 빵이나 샌드위치에 넣어 먹기도 쉽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져 바질로 바꾸면 요리도 자연스럽게 달라집니다.
바질 잎은 토마토와 곁들이거나 파스타 위에 올릴 수 있습니다. 잎이 충분히 모이면 여러 장을 한꺼번에 사용하는 요리에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봄에는 루꼴라를 먹고 여름에는 바질을 먹는 흐름이 생기는 셈입니다.
화분 하나에서 서로 다른 작물을 키운다는 것도 장점이지만, 계절에 따라 실제 식탁에서 사용하는 재료가 달라진다는 점도 베란다 텃밭의 재미입니다.
가을에는 다시 루꼴라
여름이 지나 날씨가 선선해지면 바질의 성장도 느려질 수 있습니다.
이때 마지막 잎을 수확하고 바질을 정리한 뒤 다시 루꼴라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방법은 여름에 했던 것과 같습니다.
바질을 뽑고 남아 있는 굵은 뿌리와 줄기를 걷어냅니다. 흙이 너무 굳지는 않았는지 확인하고 물이 잘 빠지는지도 살펴봅니다. 필요한 경우 새 배양토를 보충합니다.
농촌진흥청은 루꼴라를 가을 베란다에서 키울 수 있는 잎채소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베란다 온도가 알맞게 유지된다면 늦가을에도 재배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 화분을 기준으로 보면 봄에는 루꼴라, 여름에는 바질, 가을에는 다시 루꼴라를 키우는 흐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다만 지역과 집의 환경에 따라 시기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날짜보다 베란다 상태 확인
베란다 텃밭에서는 정확한 날짜를 외우는 것보다 집의 환경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집은 5월부터 베란다가 매우 따뜻해지고, 어떤 집은 초여름까지도 비교적 선선할 수 있습니다.
창문 방향도 영향을 줍니다. 남향과 서향은 햇빛이 들어오는 시간과 강도가 다르고, 앞에 큰 건물이 있다면 같은 방향이라도 실제 햇빛은 크게 줄어들 수 있습니다.
농촌진흥청도 베란다의 창문 방향과 층수, 주변 건물 등에 따라 식물이 받는 햇빛이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5월에는 루꼴라를 뽑습니다”라고 정해 두는 것보다 루꼴라의 상태와 날씨를 같이 보는 편이 좋습니다.
새잎이 계속 잘 나온다면 조금 더 수확합니다. 날씨가 더워지고 꽃대가 빠르게 올라오면서 수확할 잎이 줄어든다면 바질을 준비합니다.
이 정도 기준이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한 작물을 오래 키우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닌 이유
식물이 아직 살아 있으면 계속 키워야 할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먹을 잎을 수확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루꼴라가 더위 때문에 꽃대를 빠르게 올리고 있는데도 계속 잎 수확만 기다리면 만족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날씨가 충분히 따뜻해졌다면 바질 같은 허브를 키우는 편이 훨씬 자연스러울 수 있습니다.
계절에 맞는 식물을 고르면 식물이 힘들어하는 환경을 억지로 견디게 할 필요도 줄어듭니다.
초보자에게는 이 점이 중요합니다.
식물을 잘 키우려면 특별한 기술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지금 날씨에 잘 맞는 식물을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관리가 쉬워질 수 있습니다.
화분을 계속 늘리지 않아도 되는 장점
베란다는 공간이 넓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처음에는 화분 한두 개로 시작했지만 작물을 하나씩 늘리다 보면 창가가 금방 화분으로 가득 찰 수 있습니다.
루꼴라와 바질을 계절에 따라 같은 화분에 바꿔 심으면 화분을 계속 추가할 필요가 없습니다.
봄에는 루꼴라 화분이 되고 여름에는 바질 화분이 됩니다. 가을에는 다시 루꼴라 화분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화분 하나를 여러 계절에 활용하면 흙과 화분을 관리하는 일도 단순해집니다.
다만 화분을 재사용한다는 것이 아무 관리 없이 그대로 심는다는 뜻은 아닙니다. 작물을 바꿀 때마다 뿌리를 정리하고 흙과 배수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은 필요합니다.
실패를 줄이는 가장 쉬운 기준
루꼴라와 바질을 번갈아 키울 때 기억할 것은 많지 않습니다.
봄과 가을처럼 날씨가 선선할 때는 루꼴라를 생각하면 됩니다. 날씨가 따뜻해지고 루꼴라에서 꽃대가 올라오기 시작하면 바질을 준비합니다.
루꼴라를 뽑은 뒤에는 남은 뿌리를 정리합니다. 흙이 너무 굳지 않았는지 확인하고 새 배양토를 보충합니다. 물이 화분 아래로 잘 빠지는지도 확인합니다.
그다음 바질을 심습니다.
여름 동안에는 흙이 봄보다 빨리 마를 수 있으므로 물주는 날짜를 정해 두기보다 흙 상태를 먼저 살펴봅니다.
가을이 되어 날씨가 다시 선선해지면 같은 방법으로 바질을 정리하고 루꼴라를 다시 심을 수 있습니다.
이 흐름만 기억해도 한 화분을 훨씬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베란다 텃밭에서 중요한 것은 교체 시점
봄에 심은 루꼴라를 여름까지 억지로 살려야 성공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루꼴라가 잘 자라는 계절에는 충분히 수확하고, 더워지기 시작하면 바질로 바꿔 심는 편이 더 실용적일 수 있습니다.
바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가을이 되어 날씨가 차가워지고 성장 속도가 느려지면 다시 선선한 날씨에 잘 맞는 작물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베란다 텃밭은 한 식물을 얼마나 오래 살리느냐를 겨루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 계절에 잘 맞는 식물을 고르고, 다음 계절이 오면 화분을 정리해 새로운 작물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봄에는 루꼴라를 수확하고 여름에는 바질을 수확합니다. 가을에는 다시 루꼴라를 준비합니다.
작은 화분 하나라도 이렇게 운영하면 계절마다 다른 식물을 키우고 다른 재료를 수확하는 작은 텃밭이 됩니다.